제목 멀쩡하던 건설사 이대로 줄도산, 왜?
등록일 2012-07-03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머니위크]금융권 '핑퐁게임'에 위기 몰린 주택사업] 최근 시공능력평가순위 17위 경남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1년 만에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가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 합의로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주단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멀쩡한 중견 건설사가 순식간에 부도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앞서 풍림산업이 결국 부도 처리된데 이어 우림건설도 채권단의 책임 떠넘기기에 시달리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책임 떠넘기기에 멀쩡하던 건설사가…" 경남기업은 지난달 31일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 대출) 225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이후 이달 12일에도 40억원을 추가로 연체하며 도산 위기가 현실화되는 듯 했다. 지난해 5월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성공한 경남기업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을 위기로 몰고간 것은 이 회사의 베트남 PF사업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두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대립하면서부터다. 신한은행은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그런데 베트남 PF사업의 경우 사업주체가 경남기업이 아닌 자회사 경남비나다. 즉 경남기업이 베트남 자회사인 경남비나를 통해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는 게 신한은행측의 주장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경남비나가 아닌 경남기업 본사차원에서 자금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논리를 폈다. 두 은행이 대립하는 사이 경남기업의 대출은 연체가 시작됐고 여론은 은행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멀쩡한 기업을 부도위기로 몰아넣은 금융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결국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 130억원씩, 총 260억원을 긴급수혈해 연체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워크아웃 도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은 금융권 갈등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주채권 은행과 PF대주단이 갈등을 빚으면서 원활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도산했다는 점에서 경남기업 사태와 판박이다. 결국 주채권은행과 PF 대주단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위기는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의 우려다.   ◆건설사 '줄도산' 공포…"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남기업의 경우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베트남 PF사업에 대한 리파이낸싱 성공이 필수적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리파이낸싱이 늦어지면서 자금 조달계획에 차질이 발생해 이번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비가 남은 건 경남기업뿐만 아니다. 지난해 2350억원의 적자를 낸 고려개발이나 각각 2127억원과 159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진흥기업, 남광토건 등 다른 워크아웃 기업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들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3~4년째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극심한 공사 수주 부진에 쌓이는 이자 부담 등으로 회생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몇 개월씩 직원 월급이 밀리는 업체도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의 경영 악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풍림산업을 비롯해 동문건설, 월드건설, 동일토건, 중앙건설, 신도종합건설, 우림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미분양이 결정타였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주택개발을 위해 빌린 PF대출도 해당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발전과 플랜트, 토목·건축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형 건설사와 달리 주택전문업체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당장 유동성에 위기가 닥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체 사업비의 30~40%를 차지하는 땅값에 자금이 묶여있는 경우가 많아 긴급자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워크아웃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플랜트 등 해외사업이 호조를 이뤄 주택부문의 적자를 만회하고 있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외에 다른 수익원이 없고 택지에 자금이 묶여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워크아웃 B건설사 관계자는 "자산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펼쳤지만 건설경기 부진과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로 어려움이 크다"며 "경기 회복과 미분양이 소진되지 않으면 자력 회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코너 몰린 건설업계, 정부에 'SOS'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모두 21개사에 달한다. 이들은 앞으로 금융권의 돈 줄 죄기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실 건설사가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출금 조기회수에 나설 경우 경영이 어렵지 않은 건설사에게도 현금흐름에 장애가 생길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는 경남기업 사태와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 건설·주택 공급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일단 감독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은행과 PF 대주단 사이의 구체적인 책임 분담 기준 등을 명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과 경영개선계획 MOU(양해각서)를 맺을 때부터 정상화시키려고 하는 사업장의 자금 수요를 예측한 뒤 채권은행과 PF 대주단의 분담 비율을 못 박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시나리오를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킬 수 없는 만큼 큰 원칙을 만들어 분쟁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며 "아직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로 금융회사 등의 의견을 듣고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공공부문 건설 투자 확대, 금융당국의 융통성 있는 PF운용,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정식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발주도 크게 줄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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