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서울에 집 가진 외국인, 5명 중 1명은 강남 3구에 소유
등록일 2020-02-11

서울에 집 가진 외국인, 5명 중 1명은 강남 3구에 소유

-1월 기준, 서울 아파트나 빌라 등 소유 외국인 2만3484명
-서울에 세 놓는 외국인 임대인은 5년간 배 늘어
서울에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부동산 등기를 소유한 외국인이 1월 기준 2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10명 중 한 명은 강남구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성연진·민상식 기자] 서울에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2만348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다섯 중 한 명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이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 목적의 보유도 크게 늘어, 지난해 서울에 부동산 임대를 하는 외국인은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말 기준 서울시에 집합건물(아파트와 빌라 등 1동의 건물을 구분해 각 부분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소유하는 형태의 건물)의 부동산 등기를 한 외국인은 모두 2만3484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미국인이 47.5%로 절반을 차지했고, 중국이 22.3%로 뒤를 이었다. 캐나다(11.5%), 대만(7%)도 국내 등기보유를 많이 한 국적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강남구에 보유한 외국인은 2277명으로 10명 중 1명 꼴이었다. 이어 서초구 1945명, 구로구 1926명 순이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1199명) 등 강남 3구로 확대하면, 서울에 집합건물을 가진 외국인 중 23%는 강남 일대에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매매도 늘었다. 2015년 서울에 임대인으로 등록한 외국인 수는 332명이었다으나 2019년에는 두 배가 넘는 726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에 세 들어사는 외국인 임차인 수는 크게 줄었다. 2015년 1129명이던 외국인 임차인은 2019년 614명으로 감소했다.

▶‘강남부동산은 곧 안전자산’, 외국인도 안다=1월 현재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부동산 등기가 등록된 외국인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다. 구체적으로 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소유 등기가 20% 이상 몰려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새 아파트촌이 된 강북 핵심지도 비중이 컸다. 신길뉴타운이 있는 영등포구(1508명)를 비롯해 용산구(1498명), 마포구(1382명)와 서대문구(1338명)도 부동산 등기를 등록한 외국인이 많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해외투자자의 투자는 오피스 빌딩에 집중됐고, 아파트 등 주거 부문은 관심이 적었다”며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이나 시세 차익 등 집값 상승 정보가 해외에도알려지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는 외국인도 잘 아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부동산 시장이 국제화됐다”면서 “서울 강남이 투자 리스크가 적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면서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글로벌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가 방배6구역의 이주비 대출을 결정하며 강남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따라 이주비 대출은 무산됐지만, 외국인들의 부동산 등기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방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매는 투자 목적이 있다”면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판단한 해외 교포, 순수 외국인, 중국인 등이 서울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유 자금이 많은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투자가치가 높고 살기 좋은 강남의 주택을 구매한 것”이라며 “국제학교 등 접근성이 좋은 강남 지역으로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매입도 늘어났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규제 사각지대’ 논란= 문제는 사실상 내국인 역차별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시가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매입하려면 대출 규제는 물론이고, 복잡한 자금 출처 소명 절차도 거쳐야 한다. 세제 중과 대상이기도 하다.

조주현 교수는 “외국인이 자국 은행이나 글로벌 은행에서 대출받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3대 부동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제 면에서도 내국인보다 유리하다. 외국인 역시 취득세나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조세를 동일하게 적용받으나, 예외 조항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거주 요건의 예외 규정인 ‘업무상 거주 이전’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렵다. 강남 아파트를 매수해 단기 차익을 거두더라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세금을 거두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외국인은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환거래법상의 신고가 전혀 필요 없다. 매매잔금을 치른 뒤 60일 이내 취득신고를 하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해외 주요국이 외지인의 부동산 투자로 인한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관련 법규를 마련한 것과 달리, 한국은 해당 규제가 내국인만을 향해 있다고 꼬집는다.

국토교통부도 21일부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해, 외국인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의 사안은 별도 신고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이 외국인의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자금출처 소명 등에 관한 기준을 외국인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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