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방이동 들어가고 목동 빠지고… "엿장수 맘대로"
등록일 2019-11-07

방이동 들어가고 목동 빠지고… "엿장수 맘대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 논란]
성수 1가 규제, 성수 2가는 제외
흑석·북아현·과천·광명 등 집값 많이 오른 곳도 빠져 의외

강남은 시세의 반값 분양 예상
과천·목동 풍선효과 우려도


"왜 우리 동네인거죠?"

정부가 6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27개 동(洞)에 서울 송파구 방이동이 포함되자,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 모임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 단지를 꼭 집어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며 "주민 모두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위한 첫 관문도 통과하지도 못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변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는 모습. 정부는 6일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가 몰려있는 압구정동을 포함해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발표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같은 날 양천구 목동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목동은 신시가지 노후 아파트들이 올림픽선수촌과 마찬가지로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 단지지만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100여곳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 중인 100여 곳 사업지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통상 분양까지 1~2년 걸리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지는 26곳이다. 이번에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지가 몰려 있는 개포동, 잠원동, 방배동, 신천동 등뿐 아니라 압구정동, 방이동, 여의도동 등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 지역들도 포함됐다. 강남3구에서는 일부 유예 단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재건축을 추진하는 모든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비강남권에서는 여의도 MBC 부지 개발 아파트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현2구역이 포함된 마포구 아현동, 한남3구역 재개발이 진행 중인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 1가 등 5곳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양이 임박한 단지는 제도 유예 조치를 받은 내년 4월까지 주택 공급을 서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시중 유동 자금이 초기 재건축 단지에 몰리는 풍선 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해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 "엿장수 맘대로"

다만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 선정 기준이 자의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흑석3구역이 포함된 동작구 흑석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등과 함께 서울 못지않게 집값이 오른 경기 과천, 광명 등이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의외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집값과 분양가가 크게 오른 지역에서도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고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곳 위주로 대상지를 선정했고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 곳은 제외했다고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방이동과 목동은 둘 다 재건축을 시작도 안 한 곳이지만, 방이동은 대상이 됐고 목동은 빠졌다. 마포구에서도 아현2구역(일반분양 약 50가구)이 있는 아현동은 포함됐지만,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공덕1구역(일반분양 약 500가구)이 있는 공덕동은 빠졌다.

재건축·재개발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의 김구철 위원장은 "성수 전략정비구역 같은 경우도 사업 추진 속도가 느린 성수1가는 포함되고, 바로 옆 성수 2가는 적용을 피했다"며 "정부는 동별 핀셋 규제라지만 엿장수 맘대로 규제 같다"고 말했다.

◇조합 분담금 1억 이상 늘며 수익성 악화 예상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이윤을 붙여 정해지는 분양가 상한제의 가격은 시세 대비 70~8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통제하는 가격보다 5~10%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렇게 되면 상한제 적용 정비사업 단지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일부 조합은 개별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현재 관리처분인가 단계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주공 1·2·4주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3.3㎡당 3000만원 후반~4000만원 초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는 주변 아파트 시세(3.3㎡당 6000만~9000만원)의 반값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재 건물을 철거한 둔촌주공, 개포주공1·4단지 등은 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최대한 높여 내년 4월까지 일반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정상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단지들은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송파구 신천동 진주 아파트도 상한제 적용 시 조합원이 1억~2억원가량 추가로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천동 미성크로바 등 일부 단지는 향후 땅값(공시지가)이 오르면 분양가가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고 준공 시점의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과열 수주 경쟁 의혹이 일고 있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도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일반분양가구가 많아 사업성이 악화하고 사업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적용 광명·과천 등 풍선 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일시적으로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서울 집값 급등은 저금리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주택 공급 부족 불안이 촉발한 게 주된 이유여서 일부 단지 분양가 통제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 반사이익을 받는 서울 내 신축 아파트와 이번 지정대상에서 제외된 경기 과천, 광명, 양천구 목동, 동작구 흑석동 등 일부 비적용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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